나의 이야기

딸에게서 받은 생일축하 편지

검선 2009. 10. 29. 11:28

Dear Daddy,

 

  아빠, 생신 축하드립니다!

  어느새 아빠가 환갑이시라는 게 실감이 안돼요. 나이보다 젊어보이시는 외모 때문에 아빠는 늘

  그대로이신 것만 같이 생각돼 더 실감이 안나는가봐요.

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처럼 늘 젊은 마음으로 "ever green"하시길..

 

  몇해 전 아부다비를 거쳐 케냐에 갔을 때 태어나 처음으로 사막을 봤는데 제 안에서 뭉클한 게

  올라와서 당황한 적이 있어요. 비행기 위에서 눈 앞에 펼쳐지는 사막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아빠가

  떠오르더라구요. '내 어린 시절 아빠가 있던 사막, 그 오랜시간 그리움과 외로움을 달래며 가족을

  위해 흘린 땀방울들이 스며들어 있는 사막..' 그 사막은 어느 새 처음 보는 낯선 풍경이 아니라 오

  랫동안 봐왔던 익숙한 풍경처럼 느껴졌어요. 오래된 것 같은데도 아빠 말처럼 어린 시절 아빠와

  떨어져 지낸 짧지 않은 시간이 우리 가족 모두에게 아직도 큰 아쉬움으로 남아있나봐요. 초등학교

  때 아빠 장례식을 성대하게 치루는 꿈을 꾸고는 새벽에 혼자 깨 대성통곡을 하며 울었던 기억이

  아직도 생생하게 납니다. 나중에 알고보니 그 꿈이 아빠가 장수하는 꿈이라길래 스스로 장하다 생

  각하며 기분 좋아했지요.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

  그 동안 가족들을 위해 사셨으니 이제부터 아빠 자신을 위한 새로운 삶을 사시길 바라는 마음 간

  절합니다. 돈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 아빠가 하고 싶은 일, 보람된 일을 위해 애쓰며 즐겁고 기쁘게

  하루하루 생활하세요! 국어를 사랑하시니 우리말사랑 모임을 위한 활동가가 되셔도 좋고 아버지

  학교 봉사도 좋고 .. 신자회장직도 잘 감당하실 줄 믿습니다. 제가 늘 기도하고 있답니다. 

  하느님께서 아빠의 삶을 축복해주시길 마음 모아 기도하며

 

  사랑하는 아빠의 환갑날

  아빠 딸 주영 올립니다.  

'나의 이야기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내 생애 두 번의 낭패  (0) 2010.01.06
큰 아버지의 첫사랑  (0) 2009.11.08
파수꾼  (0) 2009.10.22
가을이 오면  (0) 2009.10.16
백수의 분노  (0) 2009.10.15